솔직함이 바보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흔히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때로는 화를 내거나 싫은 것을 말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여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취급되고, 감정을 숨기고 기만하는 이들이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세상에서 솔직함이 바보가 되는 것일까?
스토아 철학에서는 감정의 절제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은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여겼던 스토아 철학자들은,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절제와 조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 절제가 무조건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억누르기보다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도가 철학에서 장자는 자연스러움을 중시한다. 그는 인간이 억지로 감정을 감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 감정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며, 스스로도 그 감정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자의 철학은 감정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에 너무 휘둘리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삶을 권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과연 나쁜 일일까? 문제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있다. 화를 내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때로 건강한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화가 상처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감정에 솔직해지되, 그 표현이 파괴적이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해볼 점은, 감정을 억누르면서 상대방을 기만하는 사람들이 왜 더 나은 평가를 받는가 하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겉으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감정을 숨긴 채 상대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더 순응적이고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화를 내지 않으니 사회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감정을 숨기며 상대방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이들은 결국 자신의 솔직함이 바보처럼 느껴지고,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함이 오히려 바보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1. 경계 설정의 중요성
철학자 칸트는 윤리적인 행동의 기준으로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다. 이 말은 타인을 이용하지 말고, 그 자체로 존중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수단으로 대할 때는, 그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허용할 수 없는 부분에서 그 관계를 끊거나 조절해야 한다.
2. 감정의 솔직함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니체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격언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는 자신을 솔직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 역시 자신에게 솔직하게 대할 때 관계가 진정으로 의미 있어질 수 있다. 감정을 숨기고 기만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이 더 이상 솔직함을 지켜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3. 신뢰를 천천히 쌓기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한 번에 생기지 않는다. 존 스튜어트 밀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관계를 서서히 쌓으며 서로의 신뢰를 시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솔직함은 나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진정성을 지켜가는 강한 힘이다. 다만 그 솔직함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면서, 적절한 경계를 세우고 신중하게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감정을 숨기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다고 해서 스스로의 솔직함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가며, 진정한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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