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성 뇌손상의 시작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다는 말이 있다. 젊었을 때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장면 장면이 생각이 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부터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면 기억이 아예 나지 않는다거나 필름이 끊기는 것이 일상화가 된다면 알콜성 뇌손상이 시작된 것일 것이다.
특히 빠른 시간 안에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더라도 제어 없이 계속 마시다 보면 필름이 끊기게 된다. 지난밤 일이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필름이 끊기더라도 그 끊긴 순간에는 적어도 술에 취한 나 자신으로 남아있었다. 물론 술기운에 말이 헛 나오고 행동이 과격해지거나 창피한 행동을 할지언정 술에 취한 나 자신으로 남아있었으나 어느 날 과음을 한 후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 한 행동이나 전혀 나의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행동을 하고 기억을 못한 날이 생기게 되었다.
과음으로 인한 충격적인 경험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겨도 항상 특별한 일은 없었다. 술에 많이 취해 택시를 타고 집에 먼저 오거나 길 바닥에 잠이 들어도 잠을 깨고 집에는 돌아왔었다. 택시에 핸드폰을 잃어버린 적은 있어도 나 자신은 잃어버리지 않았었다. 특별히 누구와 싸움이 난 적도 없었고 술 먹고 시비가 붙을 지언 정 그러한 상황에서는 최소 기억은 하고 있었고 술을 먹어도 판단이 흐려질지언정 술은 먹은 나의 자신이었었다.
그러나 어느 날 혼자 밖에서 과음을 하고 바에서 양주를 시켜먹은 후 어느 술집에 혼자 들어갔었다. 이 또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다음으로 기억나는 장면이 웬 남자 3-4명이 나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오고 있었다. 그 장면부터 기억이 나고 앞 뒤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했었고 그 덕분인 지 나에게 폭력은 가하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 지 나에게 굉장히 화가 나있는 상태였던 것 같았다. 다행히 누군가가 경찰을 불렀고 상황은 마무리되었으며 나는 그저 술 먹고 바닥에 뻗어있거나 해서 그저 재수 없는 놈들한테 걸렸나 보다 생각을 했는 데 그 일행 중 한 명이 말하기를 내가 그 일행들에게 이유 없이 쌍욕을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분명 그들도 술을 많이 먹었고 괜히 시비를 걸라했거나 내가 술 취한 상태에서 말실수를 했겠거니 하고 그저 재수 없는 날이라 생각하고 상황을 마무리하며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술이 내 모습을 완전히 바꾸다
하지만 얼마 전 집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내가 술을 먹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편히 가족들과 좋은 음식을 시켜놓고 저녁을 먹으며 좋은 분위기로 술을 먹고 있었는 데 그 날 따라 술의 도수가 높긴 했었다. 술 병도 일반 소주 375밀리가 아닌 500밀리의 화요병이었고 조그만 병인 줄 알고 샀다가 알고 보니 큰 병의 25도 짜리였다. 자리에 앉아 좋게 먹다 보니 거의 1리터의 소주를 먹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는 거의 모든 필름이 끊겼다. 다음 날 집에서 자고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 날 집 안의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어있었고 가족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말하길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이상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많은 몹쓸 말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중 강아지에 대해 말한 것은 나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황을 들어보니 정말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유도 없었던 터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녹음까지 해놓았으니 부정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아니었다는 기분이 들면서 귀신이 씌었던 것인 지 영화에서나 볼 듯한..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이렇게 되어있더라라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술에 의한 자아의 변화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겨도 그 상황에서의 판단과 행동은 내 자신 인으로 남았었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가족들에게 내가 그런 말과 행동을 할 이유도 없었고 불만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게 섭섭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 일로 그렇게 화가 난 상태도 아니었다. 이 일을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술집에서 있었던 일도 나가 아닌 내 자신이 나도 모르는 어떠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 아닌 지 심히 의심이 들었고 다시 한번 나 자신이 섬뜩해졌다. 술을 그렇게 먹으면 나가 나 자신도 모르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 술을 먹은 상태에서는 앞으로 나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의 해로운 영향과 결별
단순히 필름이 끊기는 차원이 아니라 쉬운 말로 내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아가 있거나 귀신이 씌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당시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추하고 부끄러웠을 모습은 둘 째이고 이제는 평소의 나가 아닌 전혀 다른 이성의 혹은 이성이 없는 내 자신이 나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얼마나 먹어댔으면 그 지경까지 갔을까..
정말 섬뜩하고 무섭고 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내 손 발을 묵고 술을 먹던 지 이 지긋지긋한 술을 끊어버리던 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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